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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 어른, 어쩌다 부모
    알면 좋을 것들 2018. 11. 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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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어른, 어쩌다 부모 



    우린 한때 아이였습니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어른인 척하면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괜찮은 어른도 아니면서 내가 겪었던 유아기와 소년기를 깡그리 잊은 채 함부로 어른인 척하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압니다. 내가 그리 좋은 어른, 바람직한 어른, 바람직한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걱정이 있습니다. 나의 실패가 좋은 어른이 되려고 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사춘기 시절 방황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나를 잊은 채 아이를 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탈하고 숨어버리고만 싶던 그 시기를 당당하게 대연하지 못하고 어쩌다 어른이 되어놓고는 이제 사춘기 초입에 들어선 아이와 대화 하나 제대로 못해서 쩔쩔매고 있습니다. 


    지나온 사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고 깡그리 잊어버리기 급급했습니다. 사춘기의 고통을 되살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아이의 사춘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춘기란 필요 없는 시기 라고 윽박지르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아이가 고민에 빠지는 것 자체를 걱정하다 보니 아예 사춘기의 갈등 따위는 없이 지냈으면 하는 몽상에 잠기기도 합니다. 아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아이의 문제를 회피하려 노력합니다. 아이를 알려고 하지 않았고 우리 방식대로, 내 생각대로 성장하기만을 기대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알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인 내가 바라는 것으르 좋아하기만을 기대했습니다. 아이의 상황에 맞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했을 때 맞는 것을 강요하려고만 했습니다. 이기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아이에 대한 나의 사랑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세심하게 알아채고 채워주는 진정한 사랑으로 존재하지 않았음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사춘기, 혹은 사춘기 초입에 있는 아이를 우리는 여전히 유아기 때 윽박지르던 방식으로 대합니다. 아이를 잘 몰랐기 때문에 믿지 못했습니다. 내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면 틀린 것이고 나쁜 것이었습니다. 그런 사레는 부끄럽지만 무수히 많습니다. 


    아이들이 사춘기에 다다르기 전까지만 해도 주말에 함께 놀러갈 때면 아빠들은 늘 조건을 달기도 합니다. 


    "재미있게 놀다 오면 꼭 책상에 앉아서 공부해야 해!"


    어찌어찌 놀러 갔다 와서는 내 임무를 완수했다는 홀가분함에 인터넷을 보거나, TV로 프로야구 경기를 본다고 드러눕기도 했습니다. 이 때 아이들이 차분히 앉아서 공부하느냐?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때 노는 아이들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우리 역시 어릴 적에는 놀 때도 놀고, 공부할 때도 당연히 놀지 않았던가, 우리 어린 시절은 깡그리 잊어버린 채 아이와 인격적인 관계에 기초해서 좋은 대화를 시도하기는커녕


     "너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야", 


    "네가 어쩐지 말을 잘 듣는다 했더니 결국" 


    운운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서슴없이 표현했습니다 


    말투를 고치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참거나 이해하려고 애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은 오직 아빠만의 관점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다가 아차 합니다. 조심하려고 하는데도 쉽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그런 말을 쉽게 넘기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버릇없다고 여길 수 있는, 하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의사 소통 능력이란 대화를 원만하게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첫 번째요, 의사소통이 힘든 상황이 왔을 땐 그 상태를 바람직하게 벗어나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서로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조율해서 말이 통하는 여건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진정한 의사 소통 능력의 유무를 구분하는 잣대입니다. 


    사춘기 아이와의 대화가 힘들어졌다면 이제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다소 불편하고 어색하더라도 처음엔 모든 일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연령대에 맞는 새로운 소통 양식으로 다가가기 바랍니다. 


    출처 : 애플북스, 김범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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